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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 보수'냐 '젊은 개혁'이냐…日 총리 자리 놓고 벌이는 세대 전쟁, 최후의 승자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뒤를 이을 차기 총리 자리를 향한 집권 자민당의 총재 선거 레이스가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여자 아베'로 불리는 강경 보수파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전보장상과 '40대 개혁파' 고이즈미 신지로 전 농림상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격돌하는 모양새다. 세대와 성별, 이념에 따라 지지층이 명확하게 갈리면서, 오는 10월 4일 선거는 일본 보수 정치의 미래 방향을 결정할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13~14일 실시해 15일 공개한 차기 총재 선호도 여론조사는 이러한 양강 구도를 명확히 보여준다. 전체 응답자 중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이 29%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고, 고이즈미 전 농림상이 25%로 그 뒤를 바짝 쫓았다. 공동 3위 그룹인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과 고노 다로 전 디지털상(각 7%)과는 3배 이상의 격차를 벌리며, 사실상 두 사람의 대결임을 선언한 셈이다.

 

하지만 이 여론조사에는 흥미로운 반전이 숨어있다. 실제 총재 선거 투표권을 가진 자민당 지지층으로 한정하자 순위가 뒤바뀌는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자민당 지지층 내에서는 고이즈미가 33%의 지지를 얻어 28%에 그친 다카이치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총재 선거가 '당원 투표'와 '국회의원 투표'로 결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여론보다 당내 지지율이 높은 고이즈미가 실제 선거에서는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두 후보의 지지층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다카이치는 젊은 층과 남성 유권자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18~39세에서 41%, 40~59세에서 34%라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며 '젊은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남성 응답자의 38%가 그를 선택했다. 반면, 고이즈미는 고령층과 여성에게서 강세다. 60세 이상에서 33%의 지지를 얻었으며, 여성 응답자에서도 27%로 다카이치(21%)를 앞섰다. 이는 강경하고 선명한 메시지를 내는 다카이치가 보수 성향의 젊은 남성층을 결집시키는 반면, 상대적으로 온건하고 안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고이즈미가 고령층과 여성 유권자에게 어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일본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구도상 고이즈미가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자민당 지지층에서 앞서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의 표심에서도 유리한 형국이기 때문이다. 다카이치는 '자기주장이 강한 강경 보수'라는 이미지 탓에 당내 중도파나 다른 파벌 의원들이 거리를 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고이즈미는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등 당내 유력 인사들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으며, 비교적 '정치적 앙숙'이 없어 확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결선 투표로 갈 경우, 3위 이하 후보들의 표가 다카이치보다는 고이즈미에게 쏠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속단은 금물이다. 선거까지는 아직 3주가량 남아있고, 과거 총재 선거에서 초반 여론조사가 뒤집힌 사례는 부지기수다. 2021년 고노 다로 전 디지털상은 압도적 1위를 달리다 급진적인 연금 개혁안을 내놓은 뒤 지지율이 급락해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에게 패배했다. 심지어 고이즈미 자신도 작년 총재 선거 초반 유력 주자로 꼽혔으나, '노동 유연성' 발언 등이 논란이 되며 3위로 주저앉아 결선 투표에도 오르지 못한 아픈 경험이 있다. 결국 남은 기간 동안 두 후보가 어떤 정책 비전을 제시하고, 당내 세력을 어떻게 규합하느냐에 따라 일본의 차기 권력 지도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