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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연기냐 검은 연기냐... 133명의 추기경들이 벌이는 서바이벌 '콘클라베' 개시

콘클라베에는 만 80세 미만 추기경들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지며, 이번에는 5개 대륙 70개국 출신 133명의 추기경이 참여한다. 당초 135명이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케냐의 존 은주에 추기경과 스페인의 안토니오 카니자레스 로베라 추기경이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을 결정했다. 참가자들은 이틀 전 로마에 도착해 전날 바티칸 내 숙소에 입소했다.
투표는 추기경 선거인단의 3분의 2 이상(최소 89표)을 획득하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계속된다. 첫날에는 오후 4시 30분에 한 차례, 이후로는 매일 오전과 오후 각각 두 번씩 최대 네 차례 진행된다. 투표 결과는 시스티나 성당 지붕에 설치된 굴뚝의 연기 색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검은 연기는 교황 선출 불발을, 흰 연기는 새 교황 탄생을 의미한다.
콘클라베는 극도의 보안 속에서 이루어진다. 추기경들은 모든 개인 통신기기를 밖에 두고 입장해야 하며, 외부와의 소통이 전면 금지된다. 바티칸은 콘클라베 시작 1시간 30분 전부터 시국 내 모든 휴대전화 통신 신호를 차단할 예정이다. 시스티나 성당에는 도청 장치 설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정밀 수색이 이루어졌으며, 드론이나 위성을 통한 촬영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창문에 불투명 필름을 부착했다.

새 교황이 선출되면 추기경단 단장이 당선자에게 수락 여부와 새 교황명을 묻고, 수락 시 선거인단 수석 추기경이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서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우리에게 교황이 있다)"을 외쳐 새 교황 탄생을 알린다. 이후 새 교황은 첫 공개 모습을 보이며 전 세계에 첫 사도적 축복인 '우르비 에트 오르비'를 내린다.
이번 콘클라베는 전쟁, 극우 정치 세력 부상, 기후 위기 등 전 세계적 문제가 산적한 가운데 열리는 만큼, 가톨릭의 미래 방향성을 결정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특히 개혁적으로 평가받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노선이 이어질지, 아니면 보수적 전통으로 회귀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참여하는 133명의 추기경 중 약 80%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임명한 인사들이다. 이에 현 교황의 개혁 노선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했다고 해서 모두 개혁 성향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보수 성향 추기경들은 이번 콘클라베를 가톨릭 전통 가치 회복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지난 2주간 추기경들은 거의 매일 총회를 열어 가톨릭이 직면한 과제와 새 교황에게 필요한 자질을 논의했다. 공식 후보 등록이나 선거 유세가 금지된 상황에서, 각 추기경이 총회에서 진행한 '3분 발언'이 표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